지난 2월 제주에서 제5회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가 열렸습니다. 한중일 3국에서 40여 명의 청년 참가자들(한 17, 중 15, 일 6)과 20여 명의 스텝, 강사들이 모여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는 풍성한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이름을 읽지도 못하는 낯선 사이였지만, 3박 4일 동안 말씀과 기도, 찬양 속에서 친구가 되고 하나님 나라의 꿈을 나누는 동역자가 되었습니다. 쌀쌀하고 변덕스러웠던 제주도의 겨울 날씨를 녹이리만큼 따뜻했던 기억이 여름을 앞두고 있는 아직도 선합니다.

1. 메시지와 강의

대회는 삼국에서 모인 강사들의 설교와 강의로 꽉 채워졌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경건회와 집회를 가졌고, 중간중간 세 개의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세 번의 저녁 메시지들은 한중일 각국에서 특별히 초대한 강사들이 전했습니다. 첫째 날은 중국을 대표해 수사이푸(蘇才富) 목사가, 둘째 날은 일본의 오오시마 시게노리(大嶋重徳, 일본 KGK 부총 주사) 주사가, 셋째 날은 한국의 김동춘(SFC 대표) 목사가 전했습니다. 모든 설교자들이 동아시아의 기독청년이라면 하나님 나라에 대한 헌신을 바탕으로 세상에 평화를 이루어가는 사명을 감당해야 함을 역설했고, 특히 진솔한 자기 고백들을 바탕으로 열정적으로 메시지를 전해 모든 참석자들에게 감동이 컸습니다.

대회 기간 중 진행된 특강은 안성호(OM 선교사, 네덜란드 틴데일 신학교 교수) 선교사, 김기현(로고스서원) 목사, 박지호(평화누리 갈등 전환센터)팀장이 담당해주었습니다. 각각 선교, 지성, 평화라는 주제로 진행했는데 ‘동아시아’와 ‘청년’이라는 공통점 위에서 각국의 청년들이 평화의 일꾼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했습니다. 앞으로 삼국의 역사와 기독교가 가진 공통점과 차이점을 바탕으로 더 진지하고 알찬 강의를 마련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대회의 준비 위원들이 아침 경건회와 개회, 폐회 예배의 메시지를전했습니다. 특히 폐회 예배에서 이승장(성서한국 공동대표, 아름마을교회) 목사의 집례로 진행된 성찬식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사귐과 우정에 대해 강조하여 우리가 ‘평화’라는 큰 담론에 매몰되지 않고 친구로 만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습니다.
각국의 준비 위원회가 각각 강사를 추천했고, 통역으로 진행했기에 강의 내용이나 전체 구성상 염려가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메시지의 내용이나 짜임새나 전달, 모든 면에서 계획하고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매끄럽고 알찬 메시지가 전달되었습니다.

2. 교제와 나눔

강의들만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3박 4일간의 일정 동안 참석자들은 조를 이루어 서로의 생각과 삶을 나누고 강의 내용에 대해 토론도 했습니다. “과연 삼국의 언어가 뒤섞여 의사소통이 될까?” 싶기도 하겠지만, 서로의 생각을 쉽게 전달하려고 애쓰는 사이 언어를 뛰어넘는 깊은 나눔들이 있었고,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조별 모임에서 각자 할 수 있는 말들을 자발적으로 통역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중개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둘째 날 오후에 진행된 교자(만두) 만들기를 통해 참석자들이 말뿐 아니라 몸으로 어울리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한중일 모두가 즐겨 먹는 만두를 함께 만들어 먹으면서 친해질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서로의 문화에 대해서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팔을 걷어붙이고 준비하는 중국 참석자들의 열정과 기술에 모두가 감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세 나라가 모여있으니 세 나라의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났는데, 중국은 대국 다운 호탕함과 열정이 돋보였고 일본은 신중함과, 꼼꼼함이 한국은 유연한 적응력과 친화력이 돋보였습니다.

셋째 날 낮 시간은 제주도의 4.3 기념관 방문과 성산 일출봉 탐방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주사랑선교회(대표 제중원 목사)의 교회와 목사님들이 차량도 제공해주시고, 직접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안내해주시고, 푸짐한 식사까지 대접해주셨습니다. 사실 중국과 일본 참석자들이 제주 4.3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의외로 참석자들이 매우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 기념관을 둘러보며 한국과 제주의 역사적 아픔에 공감해주어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참석자들의 교제뿐 아니라 대회를 함께 준비하는 각국 사역자들 간의 네트워크와 교제도 풍성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회를 준비하는 청어람 ARMC를 비롯해 6개의 교회가 물심 양면으로 후원해주셨고, 일본에서도 4분의 준비 위원 목사님들이 열심을 갖고 모여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5월에는 청어람이 일본에 방문해 일본 준비 위원회와 내년 대회에 대해 상의하고 좀 더 알차게 다음 대회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본토의 교회가 아직 안정적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꾸준히 기도하며 모임을 이어간다면 하나님께서 좋은 파트너들을 보내주시리라 믿습니다.

3. 다음 대회를 위해

일본 위원회와 한국 위원회의 회의 결과 2016년 대회는 1월에 홍콩에서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두 번은 일본에서, 세 번은 한국에서 개최했으니 중국에서 개최하는 것이 대회의 취지에 더 맞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중국은 보안 문제가 늘 위협요소였는데 홍콩의 경우 그런 제약 없이 대회를 개최할 수 있고 중국 참석자들의 비자 문제도 없어 중국 교회들의 참여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감사하게도 홍콩의 몇 단체들이 대회의 진행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홍콩에서 개최될 다음 대회를 준비하며 저희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더 강화하는 한편, 한국 참석자들과 교회도 더 긴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무엇보다 대회 내용을 내실 있게 채우는데 만전을 기하려 합니다. 여름이 가기 전에 구체적인 대회의 계획을 확정해 참석자들을 모집하고 준비 모임을 가질 것입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지난 시간 반복해온 ‘신앙의 강화’를 넘어서 온 세상을 향한 공적 신앙과 실천의 성숙이 간절히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그 전환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시도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희는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가 이 전환기에 자연스럽게 공적 신앙으로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가 그간 쌓아온 신앙적, 선교적 역량은 이 대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이 대회는 한국교회가 공적 신앙을 발견하고 실천하는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는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를 통해 한중일 교회와 청년들의 연합을 이루고 각국 기독교의 유산들을 발굴해 이 시대에 맞게 재구성하여 국제적 평화를 이루는 일에 기여하려 합니다. 이 대회에 참석하고 대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그리스도인들은 개인적, 내면적 차원에 집중되어 있던 신앙이 자연스럽게 온 세상을 향한 화해와 평화의 복음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 교회의 청년들, 다음 세대 교회와 사회의 지도자로 자라야 할 청년들을 보내주십시오.

지난 5년 동안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를 진행하는 동안 저희는 필요한 것이있을 때마다 도와주신 고마운 손길들을 통해 이 일이 가진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볼 수 있었고, 반복되는 한중일의 갈등과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묵상하게 된 말씀들을 통해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을 발견했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도 열심히 걸어보겠습니다.지켜봐 주시고, 함께 해 주시고, 조언과 응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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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1T12:22:02+00:00